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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29 새삼 떠오르는 '리얼' 로봇물(①) (2)


마징가 시리즈의 최신작인 '진마징가'의 '충격Z'편이 얼마전에 끝났습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거 떡밥 무쟈게 던져주고 끝 아닌 끝을 내버렸죠. 마지막 회에서 불과 1분여 만에 모든 것을 뒤집어버리고(후속은 아마 그레이트가 되겠지만 그에 대한 정보는 입수를 못했음..).

 

이 포스팅의 이유라면.. 일단, 이번 마징가에서는 마징가의 원작자인 '나가이 고'가 애당초 마징가의 원안으로 삼았던 '에네르가 Z'가 등장하십니다. 그것도 포스 만빵으로.


어릴 적 즐겨봤던 슈퍼로봇대백과 류의 로봇 사전 중 마징가 편에 나오는 에네르가의 원안. 저렇게 탑승하는 것도 그렇지만 저토록 무방비 상태에서 전투를 시킬 생각을 한 나가이 고도 분명 평범한 인물은 아니다.

이것이 진 마징가에 등장한 에네르가. 마징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내가 네 형이여" 이러는 듯 하지만 지금 한창 격전을 벌이려는 찰나다.



마징가를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슈로대(슈퍼로봇대전)에서 단골로 등장하면서도 이도 저도 아닌 메카로 전락하다가 왕년의 원조 슈퍼 로봇으로서 갖고 있던 강대한 이미지마저 사라진 채 들러리로 전락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진마징가는 이도 저도 아니었던 마징카이저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마징카이저 OVA 중 '사투! 암흑대장군'의 광고샷. 출처는 마징카이저 공식 홈페이지.


 

일단 저에게는, 이 글 쓰는 본인이 마징가 세대인 데다 감독이 작정하고 한 듯한 연출이 참 좋았어요(일본 만화 빠냐고? 그런 거 따지시려면 다른 데 가시라... 근데 누가 보긴 하나;;).

 

암튼, 이 애니를 보면서 내내 드는 생각이 그거였습니다.

 

"슈퍼 로봇... 마징가... 다 좋은데 실생활에서는 어떨까"

 

다소 뜬금 없는 이 포스팅의 이유입니다.

 

사실 전장 수십미터 짜리 로봇이라면 그 자체로 민폐죠. 그냥 가만히 있으면 모르는데 보행도 모자라 무려 '전투'까지 벌입니다. 그것도 맨주먹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무기를 다 동원해서.



 

어이, 너 말이야 너.

 

마징가의 오프닝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듯 한데 브레스트 파이어를 쏘는데 그 넓은 광선 면적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입는 건 적 로봇 뿐입니다. 분명 다른 부분에도 영향이 가는데 말이죠. 실제로는 브레스트 파이어나 루스트 허리케인 자체가 표적을 설정한 공격 무기일 수 없습니다. 암만 노리고 쏴도 맞는 범위가 무지 크죠.

 

각설하고, 에네르가 Z를 언급한 이유는 이 로봇이 마징가의 호버 파일더보다 더 황당한 탑승 방식(파일더는 양반. 이 로봇은 오토바이입니다.)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최신작에서도 그걸 그대로 그리는 동시에 마징가와 쌍벽을 이루는 메카로 나오죠. 오토바이에 타고 있음에도 파일더 안에서 조종하는 코우지만큼이나 여유롭다는건 아무리 봐도...

 

암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랬습니다. "'나가이 고'의 원작틱하게 만들긴 했네. 재미있군. 그런데 저건 좀 심한 것 아닌가"

 

그러면 이런 차원에서 설정이 그럴듯한 '리얼' 로봇은 뭐가 있었나 싶었던 게 이 포스팅의 요지입니다.

 

서론이 길었죠.

그럼 들어갑니다.

1. 지구방위기업 다이가드 (地球防衛企業 ダイㆍガ-ド 1999)
 


제목만 봐선 뭔가 있는 슈퍼로봇 같지만 실은 샐러리맨의 애환과, 기업이라는 조직의 굳은 관습을 그린 작품이다.

정체 불명의 괴수 헤테로다인이 어느날 일본을 습격한다. 일본은 이 헤테로다인에 맞서기 위해 거대 로봇 다이가드를 만들지만 막상 만들고 나니 그 괴수는 언제 왔냐는 듯 싶게 모습을 감춰버린다. 결국 다이가드는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유지비만 잡아먹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게 된다.

저 골칫덩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머리를 싸매던 일본 국방부는 민간과 합작으로 '21세기 경비보장'이라는 업체를 만들고 거기에 이 다이가드를 떠넘긴다. 하지만 나라에서도 힘겨워하는 일인데 민간이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사내 전 부서가 다이가드 관리를 기피하던 중 홍보2과가 이 일을 맡게 되고 딱히 써먹을 데가 없게 된 다이가드는 회사 앞에서 광고탑 노릇이나 하며 시간을 죽이게 된다.

그렇게 10여 년이 흘러가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헤테로다인의 출현 사실은 희미해져간다. 다이가드가 헤테로다인과의 전투를 위해 만들어진, 실제로 움직이는 로봇이라는 사실과 함께.

그런데 11년 전처럼 어느날 느닷없이 헤테로다인이 해변에 모습을 나타낸다. 업무 차 그 장소에 있던 홍보2과 직원들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상부의 명령 없이 다이가드를 기동시켜 고전 끝에 헤테로다인을 물리친다.

이후 헤테로다인이 연이어 출몰하고 그에 따라 다이가드는 유일한 대항 수단으로 10여 년 만에 주목을 받는다.

 

이 작품 다이가드는 그 전까지 존재하던 슈퍼로봇의 공식을 확 깨버린 물건입니다. 키 25m, 중량 180t에 생김새는 가오가이거 처럼 용맹무쌍하게 생겼으나 실제는 무척 약합니다. 거기다 동력원은 전기인데 그마저도 오래 못 버팁니다. 그냥 움직이는 정도라면 3~4시간, 헤테로다인과 싸우기라도 하면 1시간은커녕 30분도 아슬아슬합니다. 거기다 조금이라도 들어가는 돈을 더 줄여보려고 21세기 경비보장이 장갑을 가볍고 약한 재질로 바꾼 터라 헤테로다인과의 첫 전투에서 헤테로다인이 못 움직이도록 잡고만 있는 데도 팔이 우그러듭니다.

이러니 극강 필살기는 고사하고 현장으로 직접 움직여 출동하지도 못합니다. 세 조각으로 분해해서 대형 트레일러나 수송기에 실어 옮긴 뒤 크레인으로 현장 조립이죠(나중에는 그 세 부분이 각각 이동할 수 있게 개조되긴 합니다).



 

 

자신의 팔을 잡아뜯어 적에게 던지는 '다이가드 표 로켓 펀치'. 저게 로봇이 아니고 사람이라면 사방천지에 피가 튀는 '스플래터'신이 따로 없을 터.

 



로봇의 성능과 반비례하게 열혈이 넘치는 주인공 덕에 손에 잡히는 건 다 무기가 될 수 있다. 잠시 후 저 차가 어떻게 될지는 굳이 언급을...


 

이 작품을 '리얼'하다고 하는 이유는 위에 언급된 극히 사실적인 로봇의 존재도 있지만 주인공들과 다이가드 주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있습니다.

출동 한 번 할라 치면 거쳐야 하는 결재 라인들, 나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싸웠건만 기물 파손과 회사 손실에 책임을 지고 써야 하는 시말서, 다이가드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자 다시 소유권을 주장하는 국방부, 다이가드 때문에 할 일이 없어졌다고 시기하는 자위대 등이 그것이죠.

바로 "그래, 저거야" 하며 무릎을 치게 만드는 이런 현실적인 설정들이 여타의 로봇물과 차별을 이루는, 다이가드 만의 장점입니다. 그렇기에 서두에서 기술한 진마징가를 봤을 때 이 작품이 가장 먼저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전체 26화로 종결된 이 작품은 저조한 시청률에 고전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 속 저런 일련의 상황은 당시만 해도 로봇물의 주 시청자인 어린이들과 오타쿠들에게 먹힐 리 만무했죠. 오히려 직장 생활을 하는 어른들이 더 공감할 전개였으니까요. 장점이 오히려 독으로 돌아간 케이스랄까요.

여하튼 소위 말하는 리얼 로봇을 얘기할 때 이 작품을 빼놓을 수는 없을 듯 합니다. 흔히 건담, 특히 퍼스트 건담을 리얼 로봇이라고 하는데 전 거기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로봇을 병기로 취급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엄연히 그 작품 속 건담은 슈퍼 로봇의 냄새를 물씬 풍깁니다. 당장 샤아 아즈나블의 대사 중에도 이런 게 있죠. "젠장, 연방의 MS는 괴물인가."  '뉴타입'이라는 존재 또한 건담이 리얼 로봇물이 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죠.


 

간단히 쓰려고 했는데 좀 길어졌습니다. 이 외에도 몇 작품이 더 있는데 그건 다음 포스팅으로 넘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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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트세이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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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erminee 2010.01.11 15: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네요. 저런 로봇도 있다니...
    출동하려면 결재 받아야 하고 갔다오면 시말서 쓰고...
    눈물납니다.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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