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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11.29 새삼 떠오르는 '리얼' 로봇물(①) (2)


지난번의 포스팅에 이어서


2. 합신전대 메칸더로보(合身戰隊メカンダㅡロボ·1977)

전 35화. 테레비도쿄

국제물리비밀연구소 소장인 시키지마 박사는 어느날 가니메데 별에서 온 캡슐을 목격한다. 캡슐 안에서 나온 건 그 별에서 탈출한 왕자 지미 오리온.

그는 우주 장악을 노리는 콩키스터 군단의 황제 헤드론이 다음 목표로 지구를 노린다는 사실을 전해준다. 이에 시키지마 박사는 아들 류스케, 지미 오리온, 코지로를 파일럿으로 하는 메칸더 로보를 만들고 적의 습격에 대비한다.

뒤이어 지구를 침공한 콩키스터 군단은 지구의 95%를 점령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곳은 일본인 상황에서 주인공들은 시키지마 박사가 만든 기지 킹 다이아몬드와 메칸더 로보로 끝 모를 전투를 벌이는데….


리얼 로봇을 얘기하면서 왜 이 작품을 언급하는 거냐고 하실 분들이 계실 듯 한데,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소수 정예가 강대한 악의 집단에 대항한다는 기본 얼개를 볼 때 분명 로봇 자체는 슈퍼 계열이지만 그 외의 설정들이 보여주는 리얼함 때문에 이 애니를 떠올렸습니다.




 

반다이의 카피판으로 먹고 살았던 아카데미 과학에서 출시된, 메칸더의 짝퉁 프라모델 박스 아트. 도대체 어딜 봐서 헤라클레스라는 이름을 붙인 건지 모르겠다. 주먹의 크기 때문?


우선 이 작품은 실제 있을 법한 설정을 극에 적극 도입한 최초의 애니메이션입니다(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주력 로봇인 메칸더에 '항속 거리', '탄약 보급' 등 밀리터리 요소를 부여한 것이죠.

 

또한 물자 보급을 함에 있어서 도달하기까지의 거리 및 시간 차를 염두에 두는 전술 운용, 후방 지원을 맡는 이름 없는 특공부대 등이 슈퍼 로봇 본연의 박력과 맞물리면서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합니다.

 

여기에 그전까지 '콤바트라 V'로 대변됐던, '존재할 수 없는 에너지와 방식으로 합체하는 슈퍼 로봇'들과 달리 온전히 하나의 형태로 완성돼 있는 메카에 조종선이 결합한다는(사실, 현란한 합체에 비해 모양새는 좀 빠집니다) 설정도 기존의 작품들에 비해 훨씬 리얼했죠.

 

거기다 메칸더의 선배 애니들 속 적의 기체는 한 회당 각기 다른 능력과 생김새를 갖고 있는, 나름 '특별한' 존재들이었지만 이 메칸더 로보의 적들은 '양산형'이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의 자쿠처럼 말이죠.

 

콩키스터 군단이 자신들에게 반격을 가할 무기가 될 수 있는 지구의 원자력 에너지를 멸절시키기 위해 위성 궤도 상에서 자동 발사되도록 설치한 '오메가 미사일' 또한 이 애니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이것이  오메가 미사일. 그런데 아무리 봐도 긴장감을 주는 생김새는 아니다. 당췌 어딜 봐서….


오메가 미사일은 지구 상에서 원자력이 탐지되면 그 즉시 발사돼 끝까지 따라가 파괴시킵니다. 한국판 주제가 가사처럼 '원자력 에너지의 힘이 솟는' 메칸더 역시 예외는 아니라서 엔진이 걸리면 오메가 미사일이 메칸더를 향해 발사되고, 짧게는 3분에서 길어야 5분이면 도달하는 오메가 미사일에 맞지 않기 위해 그 시간 내에 적을 없애고 엔진 기동을 멈춰야 한다는 긴박감이 매 회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타임 리미트는 울트라맨·가면라이더 류의 특촬·전대물에서는 흔했지만 로봇물로서는 굉장히 예외적인 패턴이었죠.

 

이처럼 메칸더 로보는 거대 로봇을 병기로 보는 개념의 시초인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기동전사 건담의 그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건담의 감독인 '학살자' 토미노 요시유키가 이 작품의 연출자 중 한 명이기도 했지만요.

 

그런 점에서 흔히 얘기하는 '리얼 로봇'으로서의 건담은 어느날 갑자기 출현한 게 아니라 이런 과거의 작품들이 쌓아온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담인데 이 작품이 기억에 남는 이유로는 물론 '리얼 로봇으로서의 재미'도 있지만 주력 메카인 메칸더가 23화인가에서 '너무나 처참하게 파괴되던' 장면 때문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류의 작품에서 주인공은 파일럿도, 로봇을 만든 과학자도 아닙니다. 시청자들,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어디까지나 그 로봇이 주인공이죠.

 

그런 주인공인 메칸더 로보가 콩키스터 군단의 사령관인 메두사가 이끌고 나타난 드래곤 드릴러에게 휘감겨 눈알이 빠지면서 사지가 절단나고 대파됩니다. 지금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충격적인 신이죠.



무릎 뚫리고, 팔뚝에 구멍 나고. 몸통 갈리고, 얼굴 터져나가고, 다리 절단면에서 화염이 솟고(이 장면은 흡사 뿜어져 나오는 피를 연상케 한다), 조종실 뚫리고, 파일럿들 혼절하고, 메칸더 맥스는 떨어져 나가고…. 맨 아래는 "어떠냐! 짜식들" 이러는 듯한 드래곤 드릴러.


 

더욱 놀라운 건 사령관 메두사가 콩키스터 군단에게 세뇌(라고 쓰고 개조라고 읽는다)된, 지미 오리온의 어머니라는 사실입니다.

 

기실 지구를 침공한 콩키스터 군단은 가니메데 별의 사람들을 사이보그로 강제 개조한 무리로 편성돼 있습니다. 그 별의 여왕이 바로 메두사였고 그녀는 메칸더의 파일럿 중 하나가 자기 아들이라는 걸 모른 채 죽음으로 몰고 가죠.

 

하지만 세뇌가 완전하지 않았던 터라 가끔 제정신을 찾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간간히 보여줬는데 드래곤 드릴러가 메칸더를 박살내자 드디어 해치웠다며 좋아하던 순간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갑니다.


왼쪽이 본래의 정신 상태로 돌아갔을 때의 모습이고 오른쪽이 사령관 메두사일 때의 오리온 어무이. 도대체 개조를 어떻게 하면 기억이 사라졌다 돌아왔다 하는 것만으로 모습이 저렇게 바뀔 수 있을까.


 

그간의 사정을 깨달은 메두사는 이대로 가다간 결국에는 아들을 죽이고 말게 된다는 현실에 좌절하고 눈물을 흘리며 지미를 구한 뒤 자폭을 택합니다.

 

이처럼 흥미진진한 요소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던 메칸더였지만 그 당시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콤바트라 V에 밀린 여타의 슈퍼 로봇물처럼 이 작품도 시청률 저조로 부진함을 면치 못했습니다.

 

게다가 완구 판매에서도 굉장한 성과를 거뒀던 콤바트라에 비해 이 메칸더는 완구로서의 메리트마저 별로였죠. 사실 '등짝에 비행선 하나 낑궈넣는 합체'가 그닥 매력적이지는 못했을 겁니다.

 

시청률은 떨어져도 완구 판매에서 짭짤한 수입을 올렸던 '강철 지그'의 선례를 답습하고 싶었던 걸까요. 메칸더의 메인 스폰서였던 블루마크는 쌓인 재고라도 팔아서 이문을 남기려고 메칸더의 합체 방식 변경을 요구합니다. 콤바트라처럼 각 부가 분리돼 있다가 결합하는 식으로요.

 

아무리 제작진이 자신들의 작품을 온전히 만들고 싶어도 그들은 돈을 대주는 스폰서에 비하면 어디까지나 약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새로운 합체 시스템을 탑재한 메칸더를 등장시켜야 했던 제작진은 극단의 방법으로 기체 교체를 감행합니다. 원래는 없던 메칸더의 파괴 에피소드는 그래서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합체 시스템 변경은 기존에 만들어진 완구 재고 판매가 목적이었기에 메칸더의 디자인을 바꿀 수는 없었고 제작진은 궁여지책으로 상당히 괴상망측한 방식을 택합니다. 그냥 봐서는 분리될 것 같지 않은 디자인의 메칸더를 네 조각으로 나눈 뒤 그 조각들이 출동하면 합체하고 '물에 불리면 커지는 장난감'처럼 거대해져서 더 강해진 신 메칸더가 된다는 설정이었죠. 무슨 울트라맨도 아니고….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우습지도 않은 조잡함에 호응해줄리가 만무했고 완구의 꼬라지마저 이상했기에 제대로 팔리지도 못했습니다.

 

장사가 안 되던 블루마크는 경영난을 못 이기고 도산하기에 이릅니다. 게다가 메인 스폰서를 망하게 만든 애니메이션에 돈을 대겠다고 나서는 이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었기에 제작비 지원이 중단됐고 시청자들도 이 작품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 작품은 예정보다 짧은 35화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

 

저도 이 작품을 TV로 보다가 이 괴상한 설정이 등장하는 순간 어린 마음에도 "뭐야, 저거" 이랬던 기억이 납니다. 오만 정이 뚝 떨어지더군요. 그래서일까요. 엔딩이 어떻게 됐는지도 기억이 안 납니다.

 

하지만 메칸더는 분명 범작의 수준을 상회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운이 많이 안 따라 준 경우라고 봐야겠죠.

 

 

뱀발 1 : 우리나라 방영 당시 제목은 '메칸더 V'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왜 저렇게 이상한 제목으로 바꾸는지 모르겠어요. 'Knight Rider'를 '전격 Z 작전'이라고 하지 않나 그냥 'Airwolf'를 '출동! 에어울프'라고 하지 않나…. 일본 사람들이 의미불명의 알파벳 붙이기를 좋아하는데 거기 영향을 받은 건지.

 

뱀발 2 : 국내판 주제가는 원판보다 훨씬 박력있고 좋죠. '천년여왕' TV판처럼 원곡보다 더 좋게 뽑아져나온 노래 중 하나입니다. 당시 애니메이션 주제가는 가수 김국환씨가 도맡았죠. 그 때 그 길로 계속 가셨으면 한국의 '미즈키 이치로'가 될 수도 있었으련만 동료 가수들과 주위의 멸시 때문에 그 길을 접으셨다고 하죠. 바로 '만화 따위'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요. 그 덕에 현재 우리나라는 아직도 태권브이나 둘리 같은(작품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몇 개 안 되는 작품에만 목을 매고 있습니다.



두 편 정도 더 올리려고 했는데 이거 하나에 글이 이렇게 길어지네요. 나름 정리한건데…. 두 편으로 끝내려던 포스팅인데 한 편 더 작성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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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트세이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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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erminee 2010.01.11 15: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저 오메가 미사일 오랜만에 보네요. x 묻은 미사일... 크크
    메칸더가 작살나던 에피소드 정말 충격이었는데
    그 뒤로는 말씀하신대로 뭐 이상한 합체나 하고 하는 바람에
    저도 그 뒤로는 메칸더에 대한 기억이 없네요. ^^a

    • 나이트세이버 2010.01.11 21:42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충격이었죠. 저렇게 처참히 박살나는 주력 메카는 당시로선 엄청난 시도였으니까요. 그 시도를 하고 싶어 한 건 아니었지만...

  2. 엘로스 2010.10.28 08: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야, 잘보고 갑니다. 메칸더브이의 포스팅 중에 이정도 포스팅을 보기는 쉽기가 않은데 말입니다. 메칸더 포스팅하기 전에 나이트세이버님 블로그에 들릴걸 그랬습니다. ㅎㅎ 그러나저러나 블로그 재개는 안하시는 겁니까? ㅎㅎ



마징가 시리즈의 최신작인 '진마징가'의 '충격Z'편이 얼마전에 끝났습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거 떡밥 무쟈게 던져주고 끝 아닌 끝을 내버렸죠. 마지막 회에서 불과 1분여 만에 모든 것을 뒤집어버리고(후속은 아마 그레이트가 되겠지만 그에 대한 정보는 입수를 못했음..).

 

이 포스팅의 이유라면.. 일단, 이번 마징가에서는 마징가의 원작자인 '나가이 고'가 애당초 마징가의 원안으로 삼았던 '에네르가 Z'가 등장하십니다. 그것도 포스 만빵으로.


어릴 적 즐겨봤던 슈퍼로봇대백과 류의 로봇 사전 중 마징가 편에 나오는 에네르가의 원안. 저렇게 탑승하는 것도 그렇지만 저토록 무방비 상태에서 전투를 시킬 생각을 한 나가이 고도 분명 평범한 인물은 아니다.

이것이 진 마징가에 등장한 에네르가. 마징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내가 네 형이여" 이러는 듯 하지만 지금 한창 격전을 벌이려는 찰나다.



마징가를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슈로대(슈퍼로봇대전)에서 단골로 등장하면서도 이도 저도 아닌 메카로 전락하다가 왕년의 원조 슈퍼 로봇으로서 갖고 있던 강대한 이미지마저 사라진 채 들러리로 전락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진마징가는 이도 저도 아니었던 마징카이저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마징카이저 OVA 중 '사투! 암흑대장군'의 광고샷. 출처는 마징카이저 공식 홈페이지.


 

일단 저에게는, 이 글 쓰는 본인이 마징가 세대인 데다 감독이 작정하고 한 듯한 연출이 참 좋았어요(일본 만화 빠냐고? 그런 거 따지시려면 다른 데 가시라... 근데 누가 보긴 하나;;).

 

암튼, 이 애니를 보면서 내내 드는 생각이 그거였습니다.

 

"슈퍼 로봇... 마징가... 다 좋은데 실생활에서는 어떨까"

 

다소 뜬금 없는 이 포스팅의 이유입니다.

 

사실 전장 수십미터 짜리 로봇이라면 그 자체로 민폐죠. 그냥 가만히 있으면 모르는데 보행도 모자라 무려 '전투'까지 벌입니다. 그것도 맨주먹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무기를 다 동원해서.



 

어이, 너 말이야 너.

 

마징가의 오프닝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듯 한데 브레스트 파이어를 쏘는데 그 넓은 광선 면적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입는 건 적 로봇 뿐입니다. 분명 다른 부분에도 영향이 가는데 말이죠. 실제로는 브레스트 파이어나 루스트 허리케인 자체가 표적을 설정한 공격 무기일 수 없습니다. 암만 노리고 쏴도 맞는 범위가 무지 크죠.

 

각설하고, 에네르가 Z를 언급한 이유는 이 로봇이 마징가의 호버 파일더보다 더 황당한 탑승 방식(파일더는 양반. 이 로봇은 오토바이입니다.)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최신작에서도 그걸 그대로 그리는 동시에 마징가와 쌍벽을 이루는 메카로 나오죠. 오토바이에 타고 있음에도 파일더 안에서 조종하는 코우지만큼이나 여유롭다는건 아무리 봐도...

 

암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랬습니다. "'나가이 고'의 원작틱하게 만들긴 했네. 재미있군. 그런데 저건 좀 심한 것 아닌가"

 

그러면 이런 차원에서 설정이 그럴듯한 '리얼' 로봇은 뭐가 있었나 싶었던 게 이 포스팅의 요지입니다.

 

서론이 길었죠.

그럼 들어갑니다.

1. 지구방위기업 다이가드 (地球防衛企業 ダイㆍガ-ド 1999)
 


제목만 봐선 뭔가 있는 슈퍼로봇 같지만 실은 샐러리맨의 애환과, 기업이라는 조직의 굳은 관습을 그린 작품이다.

정체 불명의 괴수 헤테로다인이 어느날 일본을 습격한다. 일본은 이 헤테로다인에 맞서기 위해 거대 로봇 다이가드를 만들지만 막상 만들고 나니 그 괴수는 언제 왔냐는 듯 싶게 모습을 감춰버린다. 결국 다이가드는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유지비만 잡아먹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게 된다.

저 골칫덩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머리를 싸매던 일본 국방부는 민간과 합작으로 '21세기 경비보장'이라는 업체를 만들고 거기에 이 다이가드를 떠넘긴다. 하지만 나라에서도 힘겨워하는 일인데 민간이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사내 전 부서가 다이가드 관리를 기피하던 중 홍보2과가 이 일을 맡게 되고 딱히 써먹을 데가 없게 된 다이가드는 회사 앞에서 광고탑 노릇이나 하며 시간을 죽이게 된다.

그렇게 10여 년이 흘러가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헤테로다인의 출현 사실은 희미해져간다. 다이가드가 헤테로다인과의 전투를 위해 만들어진, 실제로 움직이는 로봇이라는 사실과 함께.

그런데 11년 전처럼 어느날 느닷없이 헤테로다인이 해변에 모습을 나타낸다. 업무 차 그 장소에 있던 홍보2과 직원들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상부의 명령 없이 다이가드를 기동시켜 고전 끝에 헤테로다인을 물리친다.

이후 헤테로다인이 연이어 출몰하고 그에 따라 다이가드는 유일한 대항 수단으로 10여 년 만에 주목을 받는다.

 

이 작품 다이가드는 그 전까지 존재하던 슈퍼로봇의 공식을 확 깨버린 물건입니다. 키 25m, 중량 180t에 생김새는 가오가이거 처럼 용맹무쌍하게 생겼으나 실제는 무척 약합니다. 거기다 동력원은 전기인데 그마저도 오래 못 버팁니다. 그냥 움직이는 정도라면 3~4시간, 헤테로다인과 싸우기라도 하면 1시간은커녕 30분도 아슬아슬합니다. 거기다 조금이라도 들어가는 돈을 더 줄여보려고 21세기 경비보장이 장갑을 가볍고 약한 재질로 바꾼 터라 헤테로다인과의 첫 전투에서 헤테로다인이 못 움직이도록 잡고만 있는 데도 팔이 우그러듭니다.

이러니 극강 필살기는 고사하고 현장으로 직접 움직여 출동하지도 못합니다. 세 조각으로 분해해서 대형 트레일러나 수송기에 실어 옮긴 뒤 크레인으로 현장 조립이죠(나중에는 그 세 부분이 각각 이동할 수 있게 개조되긴 합니다).



 

 

자신의 팔을 잡아뜯어 적에게 던지는 '다이가드 표 로켓 펀치'. 저게 로봇이 아니고 사람이라면 사방천지에 피가 튀는 '스플래터'신이 따로 없을 터.

 



로봇의 성능과 반비례하게 열혈이 넘치는 주인공 덕에 손에 잡히는 건 다 무기가 될 수 있다. 잠시 후 저 차가 어떻게 될지는 굳이 언급을...


 

이 작품을 '리얼'하다고 하는 이유는 위에 언급된 극히 사실적인 로봇의 존재도 있지만 주인공들과 다이가드 주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있습니다.

출동 한 번 할라 치면 거쳐야 하는 결재 라인들, 나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싸웠건만 기물 파손과 회사 손실에 책임을 지고 써야 하는 시말서, 다이가드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자 다시 소유권을 주장하는 국방부, 다이가드 때문에 할 일이 없어졌다고 시기하는 자위대 등이 그것이죠.

바로 "그래, 저거야" 하며 무릎을 치게 만드는 이런 현실적인 설정들이 여타의 로봇물과 차별을 이루는, 다이가드 만의 장점입니다. 그렇기에 서두에서 기술한 진마징가를 봤을 때 이 작품이 가장 먼저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전체 26화로 종결된 이 작품은 저조한 시청률에 고전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 속 저런 일련의 상황은 당시만 해도 로봇물의 주 시청자인 어린이들과 오타쿠들에게 먹힐 리 만무했죠. 오히려 직장 생활을 하는 어른들이 더 공감할 전개였으니까요. 장점이 오히려 독으로 돌아간 케이스랄까요.

여하튼 소위 말하는 리얼 로봇을 얘기할 때 이 작품을 빼놓을 수는 없을 듯 합니다. 흔히 건담, 특히 퍼스트 건담을 리얼 로봇이라고 하는데 전 거기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로봇을 병기로 취급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엄연히 그 작품 속 건담은 슈퍼 로봇의 냄새를 물씬 풍깁니다. 당장 샤아 아즈나블의 대사 중에도 이런 게 있죠. "젠장, 연방의 MS는 괴물인가."  '뉴타입'이라는 존재 또한 건담이 리얼 로봇물이 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죠.


 

간단히 쓰려고 했는데 좀 길어졌습니다. 이 외에도 몇 작품이 더 있는데 그건 다음 포스팅으로 넘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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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트세이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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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erminee 2010.01.11 15: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네요. 저런 로봇도 있다니...
    출동하려면 결재 받아야 하고 갔다오면 시말서 쓰고...
    눈물납니다.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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