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판 아톰 '아스트로 보이'의 추가 영상입니다.

역시나 양키 스타일이 들어가니 분위기도 다르군요. 별로 땡기지 않는 작품이지만 그래도 나왔으니 일단...

 

 

 

Posted by 나이트세이버즈


요즘 야구 열풍이 거셉니다. 올해 국내 프로야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비롯해 치열한 순위 싸움 등으로 어느 해보다 인기가 좋았다죠.

 

보도를 보면 정규 시즌 532경기 동안 사상 최다 관중인 592만5천285명을 모았고 입장 수입도 338억원을 올렸다고 합니다. 포스트 시즌에서도 최다 관중(37만9천978명)을 넘었고 입장 수입도 처음으로 70억원을 돌파했다네요.

 

시즌은 이미 끝났지만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베테랑 이종범이 MBC TV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재미있는 '야구 뒷담화'를 전해줬고 KIA 선수들은 다음달 KBS 2TV '출발 드림팀2'에도 출연한다고 합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초순께 신세대 선수들인 김현수(두산), 황재균(히어로즈), 김주찬(롯데), 류현진(한화) 등이 KBS 2TV '스타 골든벨'에 나와 연예인 못지 않은 끼를 발산했고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한 추신수(클리블랜드)도 화제였죠.

 

방송가의 야구 열풍 역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천하무적 토요일' 중 '천하무적 야구단'이 불러오고 있을 정도로 야구 열기가 뜨겁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다 보니 떠오르는 만화가 있어 끄적거려 봅니다.

 



한국 프로야구는 1982년 3월 27일 서울운동장 야구장(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서울 연고의 MBC 청룡과 경북·대구 지역을 연고로 한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전이 시작이었습니다. '전 재산 29만원'의 빛나리 아저씨가 그 개막전에서 시구를 했죠. 삼엄한 경호 속에.

 

제 기억이 맞다면 초창기 프로야구 구단은 6개였습니다. 상기한 MBC 청룡과 삼성 라이온즈 외에 OB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삼미 슈퍼스타즈, 해태 타이거즈였죠. 당시 국민학생이었던 저희 세대에게도 어린이 야구단 가입이 큰 흥미거리 중 하나였을 정도로 야구의 인기는 높았습니다.

 

그런데 스포츠·비즈니스·도박·음식·일제강점기 등 다양한 소재로 만화를 그리던 허영만 화백이, 당시 국내 최초의 만화 잡지 '보물섬'에 1984년부터 '제7구단'이라는 작품을 연재합니다.

 

당시 일곱 번째 구단 창단이 관심사였다고는 하지만 국내 프로야구의 첫 신생팀인 실제 제7구단 '그레'가 참가한 해가 1986년이었던 걸 감안해도 이건 소재 자체가 거의 예언 수준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당시는 대다수 사람들이 그런 개념이 있는지조차 몰랐던 '용병'이란 설정을 작품에 도입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신생 팀은 아무래도 선수 수급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좋은 성적을 내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실제 빙그레 역시 충청권 연고 선수, 다른 팀에서 선심 쓰듯 내준 선수들로 팀을 꾸렸기 때문에 첫 해 꼴찌는 당연한 수순이었죠(계속 꼴찌만 하다가 결국 사라진, 그래서 '삼미 슬퍼스타즈'라고 불린 '삼미 슈퍼스타즈'는 좀 다른 경우입니다).

 

작품 속 제7구단 '샥스'도 출발은 위풍당당했으나 결과는 바닥이었습니다. 덕분에 모(母)기업의 제품 매출 역시 적자의 연속이었죠. 참 사실적이지 않습니까?

 



꼴찌의 늪을 탈출하려던 샥스 팀이 선택한 길은 용병 도입이었습니다. 더구나 만화적인 상상력이 가미된 그 용병은 훈련된 거대한 고릴라 '미스터 고'였죠. 허 화백 작품 속 영원한 주인공 이강토는 미스터 고의 사육사로 나옵니다. 여기서는 실질적으로 조연이라 봐야겠죠.

 


미스터 고의 플레이에 상대 팀 선수들은 기겁을 합니다. 이쪽 펜스에서 저쪽 펜스로 사방팔방 튀어다닐 정도의 위력적인 공을 타석에서 때려대는데 누구 하나 잡을 엄두를 내지 못하죠. 잘못하면 죽으니까. 주루 플레이에서도 미스터 고의 위압적인 외관과 힘은 빛을 발합니다. 덕분에 샥스는 꼴찌 팀에서 탈피해 1위를 달리게 됩니다.


 



이 작품이 미스터 고에게만 초첨을 맞췄다면 금방 질려버렸을겁니다. 하지만 미스터 고 외에도 하일성 해설 위원을 모델로 한 '하일송', 제대로 야구를 하지도 못하면서 인기 관리만 신경쓰는 '사인중'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매 편마다 시트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하지만 샥스의 영향을 받은 다른 구단들이 암컷 고릴라로 방해 작전을 편다든가 자신들 구단의 명칭에 맞춰서 호크스 구단은 야구하는 매 '미스터 혹', 엘레판츠 구단은 역시 야구하는 코끼리 '미스터 엘리펀트'를 내보내는 등 점점 황당한 설정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차츰 재미가 덜해갔어요. 거대 고릴라를 뛰어넘는 뭔가가 필요했던 건 당연했지만 작품 마무리는 좀 힘들었던 느낌입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추억의 만화입니다.

어디 중고라도 팔고 있는데 없나 알아봐야겠습니다
.

 

Posted by 나이트세이버즈


1부에 이어


오손도손 담소를 나누며 경치를 즐기던 사람들은 무시무시한 악어로부터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이 되자 신경질적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케이트에게 왜 배를 돌려서 이 지경을 만드냐고 하는 사람부터 되든 안 되든 헤엄쳐서 건너겠다고 우기는 사람까지 각양각색이죠.

그 순간 일행 중 하나가 악어에게 잡혀 물 속으로 끌려들어갑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잡혀갔는지를 보여주진 않는다. 뭔가 첨벙거리기에 일제히 뒤를 돌아보니 분명 방금 전까지 거기 있던 사람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넘실거리는 수면과 스르륵 사라지는 악어의 꼬리만 살짝 보일 뿐.



케이트의 배를 집적거리다 물러난 뒤 다시 이들 앞에 나타난 '동네 노는 형'들이 탄 모터보트가 뭔가에 들이받혀 뒤집어진다. 이 때도 악어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고립되기 전 케이트와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던 '동네 노는 형' 중 하나. 껄렁함이 몸에 배인 배우구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량스러운 연기를 잘했는데 왠지 배우의 낯이 익다.



바로 터미네이터 4의 샘 워딩턴이다. 얼굴을 확인한 순간부터 원래 남자 주인공보다 이 사람이 어떤 활약을 할까에 더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막돼먹은 놈인 줄 알았던 이 친구는 (케이트에게 잘 보이려고 그러는게 다분히 눈에 보이지만) 탈출을 위해 육지의 나무와 섬의 나무를 밧줄로 잇겠다며 자신이 나선다. 그리고 일단은 성공한다. 왜 '일단은'인지는 보면 안다. 배우에 비해 역할 비중이 좀 허무하다. 그래도 꽤 멋있었지만.


이 때부터 사람들은 '정말 죽는구나' 하는 절망감에 좌절합니다. 물속에 들어갔다간 어떻게 된다는 걸 눈 앞에서 봤으니 말이죠.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장소 선택도 있지만 악어의 몸뚱아리를 처음부터 드러내지 않고 저렇게 조금씩 감질나게 보여주면서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수법이나, 탈출 과정에서 보여지는 사람들의 이기심과 그로 인한 갈등이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밧줄 연결에 성공한 뒤 일행 중 한 남자가 보여준 극도의 이기심은 '아마 나였어도 저랬을 거야' 싶으면서도 인간이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줍니다.


아내와 아이를 위해서였다고는 하나 모두의 희망을 일거에 무너뜨린 사내의 비극적 최후. 막상 죽는 걸 보니 또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끌려들어가기까지(비록 순식간이지만) 굉장히 처참한 과정을 겪기 때문이기도 하다.



1부에서 언급했던 죽음의 뺑뺑이. 이런 걸 보면 감독이 악어에 대해 공부 많이 했구나 싶다.


이 영화 속 악어는 비주얼이 상당히 좋습니다. 모형과 CG의 결합이 아주 자연스럽고 묘사도 좋아요. 그리고 마지막 20여 분 간 남자 주인공이 저 악어의 소굴에서 벌이는 사투는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좁은 동굴과 안 어울리는 거대한 악어가 동굴을 가득 채우다시피 하며 기어들어오는 장면은 정말이지….


할리우드 영화였으면 난리가 났을 장면. 케이트의 애견 캐빈이 악어에게 잡아먹히고 있다. CG 내지는 모형이니까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시라.



이 영화 로그는 악어를 다루지만 의외로 악어가 등장하는 장면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필버그의 죠스가 그랬던 것처럼 악어가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도 영화의 재미는 떨어지지 않아요. 극이 느슨해질 참이면 악어가 나타나고 악어가 사라지면 인간들의 갈등이 극을 이끌죠.

이 포스팅 제목이 저렇게 거창하긴 하지만 이 작품이 걸작이란 소린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류의 크리처 물이 어떤 식으로 연출돼야 하는 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이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집니다.



뱀발 1 : 이 영화를 얘기할 때 '프라이미벌(TV 드라마 프라이미벌이 아닙니다)', '블랙 워터' 등과 비교하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일단 '프라이미벌'은 실제 아프리카 브룬디에서 300여 명을 죽였다는 킬러 악어 '구스타브'를 소재로 했다고는 하나 악어에 집중한 영화가 아니라 '호텔 르완다'처럼 아프리카 내전을 다루면서 악어는 곁가지처럼 나오는 통에 죽도 밥도 아닌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전으로 생긴 시체를 먹은 구스타브가 인육의 맛에 길들여져 종국엔 스스로 사람을 사냥하러 다니게 됐다는, 결국 구스타브는 인간이 만든 괴물이라는 '너무나 교훈적인' 얘기도 그렇고요.

'블랙 워터' 역시 실화를 소재로 했다는 영화고 악어를 우습게 봤다가 절박한 상황에 고립된다는 설정 또한 고전적인 크리처 물에 부합하지만 제가 얘기하는 '거대 악어'를 다룬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이 작품 또한 패∼스.

뱀발 2 : 남자 주인공 역을 맡은 마이클 바탄은 '25살의 키스'에서 드류 베리모어가 사랑에 빠지는 교사 샘 콜슨을 연기했던 배우죠. 그 역으로 미소가 아름다운 배우라는 평을 받았다고 하네요. 제가 보기에도 인상이 참 부드럽습니다. 너무 둥글지도 않으면서요.

뱀발 3 : 이 경우가 재미있는데… 여주인공 케이트 라이언을 연기한 라다 미첼은 제목 이상하게 붙여진 영화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에이리언 2020(Pitch Black·2000)'에서 자신이 조종하던 비행선의 사람들을 모두 죽일 뻔 했던 죄책감에 끝까지 괴로워하다 괴물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인물 캐롤린 프라이 역을 맡았었습니다. 이 영화 로그에서도 요구조자를 구한답시고 배의 방향을 바꿨다가 사람들 다 죽일 뻔하죠.

그 외에도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입니다. 가장 최근에는 '써로게이트'에서도 등장하죠(저랑 동갑입니다. 1973년생... 므흣......... 뭐, 그냥 그렇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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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사의 여행 전문 기자 피트 맥킬은 호주의 노던 준주(Northern Territory)를 취재하기 위해 그 곳을 찾았다가 그 지역 토박이이며 여행 가이드를 하는 케이트 라이언의 배를 탄다.

9명의 관광객을 태우고 그 지역에 많이 사는 악어를 비롯해 이곳 저곳을 안내하던 케이트는 상류 쪽에서 조명탄이 쏘아올려지는 모습을 보게 되고, 케이트는 사람들을 설득해 그 곳으로 배를 돌린다.

성스러운 곳이라 불리는 상류 쪽에 다다른 일동은 가라앉은 배를 발견하고 케이트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돌아가려는 찰나 물 속에서 뭔가가 케이트의 배를 강하게 들이받는다.

케이트는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배를 서둘러 근처의 작은 섬에 대고 사람들은 관광객에서 졸지에 조난자 신세가 된다. 여기에 무전기나 조명탄이 모두 못쓰게 된 데다 설상가상 이 곳은 바다의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아 수위가 급격히 변하는 감조하천이다.

물은 점점 눈에 띄게 차오르고, 육지로 헤엄쳐 가자니 물에 들어가면 십중팔구 악어의 공격을 받게 되는 상황 속에서 해까지 져버린다.

칠흑 같은 어둠, 발 끝을 적셔오는 물, 언제 뛰쳐나올 지 알 수 없는 악어, 점점 좁아지는 섬…. 이들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1980년 작 엘리게이터(Alligator)는 지금까지 악어 영화의 '넘사벽'이었습니다. 지금 봐도 별 어색함 없는 특수효과와 분위기 있는 연출, 폐쇄 공간에서 쫓고 쫓기는 긴박감 등 장점이 많죠.

(모형 악어의 어색함을 없애려고 감독은 악어가 혼자 다니는 장면 등에서 실제 악어를 사용했습니다. 사물을 축소한 모형 세트에서 돌아다니게 만들었죠. 사람들과 섞이는 신에서도 모형 악어의 움직임은 상당히 좋습니다. 지금 봐도 감탄스러운 건 실제 악어가 먹이를 삼킬 때 머리를 위로 흔들어 그 탄력으로 뱃속에 집어넣는데 모형으로도 그 효과를 잘 살리고 있더군요.)


[엘리게이터의 감독 루이스 티그는 무난한 오락 영화를 많이 연출했습니다. 지금도 기억 나는 작품들이 '개 목걸이(Wedlock·1991)', '네이비 씰(Navy SEALS·1990)', '나일의 대모험 (The Jewel Of The Nile·1985)', '쿠조(Cujo·1983)' 등이죠.]



하지만 그 후로 나온 악어 영화들은 하나같이 실망스러웠습니다. 10년 후에 등장한 데다 무려 '화학 물질의 영향으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거대해진 악어'라는 설정을 갖고 있음에도 너무나 조잡한 특수 효과에 뭐 하나 새로울 것 없던 '엘리게이터 2(Alligator 2 : The Mutation·1991)'나, 도대체 뭘 말하려 한 건지 지금도 이해 불가인 코미디 호러 '플래시드(Lake Placid·1999)' 등 어느 것 하나 엘리게이터의 아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어따... 그 놈 참 크네 그랴. 발톱은 숍에서 관리했나?



소리 없이 다가오긴 개뿔... 출연진이 아깝다. 포스터 분위기의 반만 해 줬어도 좋았잖아!



엘리게이터 2 개봉 당시 길에서 뿌리던 전단지. 멀티플렉스는커녕 동시 상영과 소극장이 난무하던 저 때는 영화 개봉하면 저렇게 찌라시를 뿌려댔다. 굉장히 유치한 선전 문구는 기본. 저 평단의 극찬은 자세히 보면 1편인 엘리게이터에 대한 평가다. 이 영화가 영 아니라는 걸 수입사 측에서도 알았나보다.


크리처 물이 성공하려면 거대 생물에 대한 경이로움과 두려움, 긴장, 공포에 집중하든가 괴물을 둘러싸고 그려지는 인간 군상의 드라마를 잡아야 하는데 이제껏 나온 영화들은 하나같이 '더 거대한 놈이 온다' 이 따위에 치중하느라 크리처 물 본연의 맛을 살리지 못했죠.

각설하고 지금 다루는 영화 '로그'에 등장하는 악어는 '바다악어'라는, 실제 존재하는 악어입니다.

일단 이 영화의 '주인공'인 바다악어에 대해 잠시 언급을 하자면….

동남아 일대와 호주 등지에서 서식하는 바다악어(Crocodylus porosus)는 현존 파충류 중 가장 큰 종류입니다. 수컷이 암컷보다 크고 수컷은 다 자라면 평균 6m 정도 되며 드물게 7m까지 큰다고 합니다.

암컷은 3m 정도. 체중도 큰 놈은 1t을 넘길 때가 있을 정도죠. 5m 정도만 되도 400∼500㎏이라니 대단한 동물입니다.

바다악어에 관해서 떠도는 얘기 중 하나가 10m까지도 자랄 수 있다는 소리인데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현재 기록 상으로는 호주에서 잡힌 8.6m 짜리가 가장 큰 놈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악어가 그러하듯 이 바다악어도 땅 위에서 상당히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악어가 뭍에 있는 사냥감을 잡을 때 보면 순식간에 달려들어 물 속으로 끌고 들어가죠. 바다악어의 경우는 아니지만 단거리에서 달리는 말과 비슷한 속도를 낸 경우도 있습니다.
 
바다악어는 성질이 포악하고 그 크기만큼 힘이 대단해서 상당히 위험한 동물입니다. 가장 무서운 공격은 'Death Roll'인데 말 그대로 먹이를 물고 무시무시한 힘으로 빙글빙글 돌죠. 한 번 걸리면 어디 한 군데 부러지거나 물 잔뜩 먹고 혼절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먹이 입장에서는 차라리 그 순간 죽어버리는게 나중을 생각하면 편할 수 있겠죠. 산 채로 잡아뜯기거나 뱃속으로 들어갈 바에야. 서식지 부근에서는 연간 약 300명 정도의 사람이 이 바다악어에게 희생된다고 하죠.

1939년 호주 북부에서 서포크 종 숫말이 바다악어에 당했는데 1t이 넘는 말을 킬 시키기까지 불과 1분도 걸리지 않았답니다. ㅎㄷㄷ;


이 영화 '로그'는 2005년 '
울프 크릭'으로 선댄스 영화제에 초청돼 쿠엔틴 타란티노,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등 재기 넘치는 감독들로부터 인정을 받은 그렉 맥린 감독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호주 돈으로 3천만불(약 25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이 영화에 대해 감독은 호주판 '죠스'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죠. 감독이 대작 악어 영화를 만들 아이디어가 10가지 정도 더 있다고 한 것으로 미뤄볼 때 속편이 나올 가능성도 보입니다.

그 바람처럼 이 영화는 죠스나 엘리게이터 등 성공한 크리처 물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탁월한 이유 중 하나는 '장소'입니다. 엘리게이터 1편의 성공 요소 중 하나는 하수구라는 음습하고 좁은 공간에서 악어와 충돌하며 빚어지는 긴장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다른 악어 영화들은 도심이나 너른 호수처럼 비교적 넓은 공간에서 사건을 만들었죠.

로그의 주 무대는 작디 작은 섬입니다. 더구나 낮에는 섬이지만 해가 지면서 거의 물에 잠기고 마는 고립된 공간이죠. 그렇기에 이 영화는 크리처 물 외에 재난 영화의 성격도 띱니다.

'섬이라 하기도 민망한 섬. 저 나무들의 뿌리 부근까지 물에 잠기는 곳이다. 앞쪽으로 육지가 보이지만 그 사이를 헤엄쳐 가려면 악어가 공격해오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는 굉장히 반가운 얼굴이 등장합니다. 인류의 구세주가 될 뻔했던 바로 그 분.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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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터튜드(Altitude)라는 영화의 예고편이 나왔습니다. 포스터에는 2009년이라고 돼 있는데 배급사를 못 잡았는지 내년 개봉 예정이라는군요.

캐나다 출신인 카아레 앤드류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는데 자세한 건 아직...

기본 줄거리는 경비행기를 탄 청소년들이 폭풍우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과 맞닥뜨린다는 내용인 듯 합니다. 트레일러를 보니 뭔가 곁가지들이 더 있는 듯 하지만 영어라 못 알아들어서 패스∼!

CG 작업이 덜 된 예고편이 전에 돌긴 했는데 감독이 사이트마다 돌아다니며 삭제를 부탁했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훨씬 다듬어서 다시 보여주고 싶었나보죠.

인간이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묘사했던 러브크래프트 류의 괴물이 등장하는 모양입니다.

포스터만 봐도 딱 그런 종류네요.

개인적으로 저런 괴물 나오는 영화 너무 좋아요. 음훗.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왠지 '미스트'가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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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카'의 국내 비디오 표지. 돌고래가 아닌데 돌고래라고…. 게다가 저 촌스러운 디자인…. OTL


올카(ORCA·1977)

상어잡이 배의 선장인 놀런은 어느날 바다에서 표본 채취 작업을 하던 해양학자인 레이첼 베드포드 일행과 만나고 그 과정에서 거대한 백상아리가 범고래의 공격에 나가떨어지는 광경을 목격한다. 상어 대신 범고래를 잡아 돈을 좀 만져보려던 놀런은 그러다 당신이 당할 거라는 샬롯의 경고를 무시하고 바다로 나가 한 무리의 범고래떼를 발견, 그 중 한 마리에게 작살을 쏜다.


그런데 쉽게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놀런의 예상을 깨고 이 범고래는 비명을 지르며 놀런의 배 스크루에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한다. 산 채로 잡아 동물원에라도 팔아넘길 요량이었으나 생각도 못했던 비명과 행동에 크게 당황한 놀런은 곧 그 범고래를 건져올리지만 이미 치명상을 입고 죽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놀런을 비롯한 모든 선원들을 경악하게 하는 일이 벌어진다. 잡아올린 범고래가 배 위에서 유산을 하고 만 것.


인간의 그것과 너무나 유사한 새끼의 모습을 본 선원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이고 놀런은 그 새끼를 바다에 버린다. 그 때 바다 속에서는 또 한 마리의 범고래가 이 끔찍한 광경을 모두 눈에 새기고 있다. 괴로운 울부짖음과 함께. 바로 잡힌 범고래의 짝인 수컷이었다.


귀항하던 놀런은 수컷 범고래의 공격을 받고 그 와중에 선원 한 명이 녀석에게 죽임을 당한다. 항구로 돌아와 다시는 범고래에겐 손을 안 대겠다고 다짐하는 놀런이지만 범고래의 복수는 이제 막 시작이었다.


해안가 주민들의 생계를 이어주는 물고기들을 모두 쫓아내는가 하면 정박돼 있는 배들을 모두 파괴(놀런의 배는 건드리지 않는다. 바다로 나오라는 무언의 메시지다)하고 유류 저장소까지 폭파시킨다.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하지만 놀런은 바다에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급기야 범고래는 놀런의 집을 습격해 수몰시킨다. 또 한 선원의 목숨까지 덤으로 접수하면서.


결국 놀런은 떠밀리다시피 바다로 나가고 범고래의 복수극은 드디어 클라이막스로 치닫는다.


범고래(Orca·Killer Whale·Orcinus orca·Blackfish·Seawolf)는 참돌고래과에서 가장 큰 종이며 극지방에서 열대지방에 이르기까지 널리 발견되는 이빨고래입니다. 무척 사회적인 동물이며 무리를 지어 사냥하기 때문에 바다의 늑대라고도 불리죠. 범고래와 백상아리를 비교하는 경우가 종종 보이는데 일단 이 두 종류는 마주칠 일이 별로 없는 데다 종합적인 데이터를 봐도 상어가 범고래를 이길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야생의 범고래는 보통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지지 않지만 동물원이나 해양 공원에서 재주를 부리도록 사육된 범고래가 조련사나 관광객을 공격한 사례는 몇 건 있다고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저도 FOX TV인가에서 사람이 공격 당하는 장면을 봤습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희들은 한입거리도 안 돼" 이러는 듯 보이더군요.

 

천적은 인간 뿐이라는 말처럼 범고래는 거의 모든 동물을 먹이로 삼는데 상어(아주 가끔), 바다표범, 바다코끼리, 물개, 바다사자, 펭귄 등은 물론 북극곰까지도 사냥할 때가 있다고 합니다. 뭍까지 올라와서 사냥감을 물고 바다로 돌아갈 수 있으며 물개나 바다사자를 가지고 공놀이를 하는 잔인한 면도 있습니다.


 

다큐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 소식을 보니 이 영화가 떠오르더군요.



'올카'의 주인공은 일단 놀런이지만 진짜 주인공은 범고래입니다. 1975년 작 '죠스' 이후에 선을 보인 크리처물 중 하나죠.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을 죠스의 아류작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적어도 제가 보기엔 단순히 아류라고 치부해 버리기 아까운 작품입니다.


 

놀런이 암컷 범고래를 배 위로 끌어올리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도록 망가진 뒤다. 그 충격으로 범고래는 유산을 하고 사람과 흡사한 '태아'의 모습에 모두 경악한다.


이 끔찍한 광경을 바다 속에서 보고 있다가 새끼가 유산되는 모습을 목도하고 울부짖는 수컷. 해가 진 후 귀항하던 놀런의 배를 습격해 선원 한 명을 죽인 후 자신을 쳐다보는 놀런의 모습을 자신의 눈에 각인시킨다. "네 놈은 꼭 내 손으로 죽이고 말겠다" 이러기라도 하듯이.


일단 이 영화의 감독 마이클 앤더슨은 죠스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품을 끌고 갑니다. 죠스가 언뜻 언뜻 보이는 등지느러미와 공기통 몇 개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올카는 처음부터 끝까지 범고래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냅니다. 게다가 죠스의 상어는 감정이나 지성 따위는 없는 원시 시대의 포악함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올카 속 범고래는 아내를 잃은 남편으로서 복수를 행하는 존재입니다. 지적 존재가 아니고서야 '복수'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이 안 되죠.

 

그런 점에서 살육 본능 밖에 없는 식인상어와는 다른 종류의 스릴을 이 작품은 선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의인화된 고래와 놀런과의 관계는 공포물이라기 보다 고전적인 드라마의 냄새를 풍깁니다. 원한으로 얽힌 악연, 아내와 아이를 음주운전자가 낸 사고로 잃은 놀런이 자신과 고래를 동일시하는 과정, 죄책감과 두려움이 빚어내는 증오 등.

 

결국 놀런은 자신과 고래가 숙명적인 고리로 엮여있다고 생각하는 지경에까지 이릅니다. 이쯤 되면 떠오르는 게 바로 '백경'입니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백경의 그것과는 비슷하면서도 주체가 반대되는 경우죠. 모비딕에게 복수를 꿈 꾸는 존재가 에이브러험 선장이었다면 올카에서는 거꾸로 고래가 인간에게 복수를 하니까요.

 

놀런이 선원들을 하나 둘씩 잃어가면서도 뭔가에 홀린 듯 고래를 따라 얼음과 눈으로 뒤덮힌 북극해로 가는 모습도 그렇고요.

 

최종 결전의 장소가 북극해이고, 복수에 눈이 먼 괴물을 만들었다가 그 괴물을 상대하며 종국엔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는 점에선 프랑켄슈타인이 연상됩니다. 이 포스팅의 제목이 저 따위인 이유입니다.

북극해에서 놀런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포효하는 수컷. 대치 상황에서 서로의 눈에 상대의 모습이 비춰진다. 진부하지만 그래도 멋있는 연출이다.


유빙 위에서 범고래의 공격을 받은 놀런은 결국 죽음을 맞고 바다 속으로 사라진다. 복수를 끝낸 후 레이첼을 바라보는 수컷의 눈에 고여있는 건 바닷물인가, 아니면 복수를 하고 났음에도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과 슬픔에 흘리는 눈물인가.


그렇다고 이 영화가 그런 걸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소린 아닙니다. 해리 포터의 마법학교 호그와트 교장 덤블도어 역을 끝으로 2002년 사망한 리차드 해리스(놀런)와 팜므 파탈의 이미지가 강했던 샬롯 램플링(레이첼)두 주연의 연기가 제법 좋긴 하지만 사실 드라마가 좀 느슨해요. 내러티브도 허술한 편이고. 초반 충격에 비하면 중반부는 다소 늘어집니다. 액션 연출의 몇몇 부분은 부드럽지 못해요.

 

그래도 이 영화는 꽤 재미있습니다(적어도 저에겐). 공들여 찍은 듯한 범고래의 연기와 특수효과도 제법 좋았고요. 무엇보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처연한 음악이 좋습니다.





 

뱀발 :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실린 내용이라고 알고 있는데 20세기 초 호주의 어부들이 '올드 톰'이라고 부르는 범고래가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어부들과 큰 고래 사냥을 해서 고기를 나눠가졌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범고래 무리가 큰 고래를 에워싸면 인간들이 작살로 잡고 범고래들이 일부를 먹은 뒤 어부들이 나머지를 가져갔다죠. 심지어는 사냥감을 발견한 범고래가 바닷가로 와 꼬리로 물을 치며 어부들을 불러냈다고 해요. 진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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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의 포스팅에 이어서


2. 합신전대 메칸더로보(合身戰隊メカンダㅡロボ·1977)

전 35화. 테레비도쿄

국제물리비밀연구소 소장인 시키지마 박사는 어느날 가니메데 별에서 온 캡슐을 목격한다. 캡슐 안에서 나온 건 그 별에서 탈출한 왕자 지미 오리온.

그는 우주 장악을 노리는 콩키스터 군단의 황제 헤드론이 다음 목표로 지구를 노린다는 사실을 전해준다. 이에 시키지마 박사는 아들 류스케, 지미 오리온, 코지로를 파일럿으로 하는 메칸더 로보를 만들고 적의 습격에 대비한다.

뒤이어 지구를 침공한 콩키스터 군단은 지구의 95%를 점령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곳은 일본인 상황에서 주인공들은 시키지마 박사가 만든 기지 킹 다이아몬드와 메칸더 로보로 끝 모를 전투를 벌이는데….


리얼 로봇을 얘기하면서 왜 이 작품을 언급하는 거냐고 하실 분들이 계실 듯 한데,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소수 정예가 강대한 악의 집단에 대항한다는 기본 얼개를 볼 때 분명 로봇 자체는 슈퍼 계열이지만 그 외의 설정들이 보여주는 리얼함 때문에 이 애니를 떠올렸습니다.




 

반다이의 카피판으로 먹고 살았던 아카데미 과학에서 출시된, 메칸더의 짝퉁 프라모델 박스 아트. 도대체 어딜 봐서 헤라클레스라는 이름을 붙인 건지 모르겠다. 주먹의 크기 때문?


우선 이 작품은 실제 있을 법한 설정을 극에 적극 도입한 최초의 애니메이션입니다(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주력 로봇인 메칸더에 '항속 거리', '탄약 보급' 등 밀리터리 요소를 부여한 것이죠.

 

또한 물자 보급을 함에 있어서 도달하기까지의 거리 및 시간 차를 염두에 두는 전술 운용, 후방 지원을 맡는 이름 없는 특공부대 등이 슈퍼 로봇 본연의 박력과 맞물리면서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합니다.

 

여기에 그전까지 '콤바트라 V'로 대변됐던, '존재할 수 없는 에너지와 방식으로 합체하는 슈퍼 로봇'들과 달리 온전히 하나의 형태로 완성돼 있는 메카에 조종선이 결합한다는(사실, 현란한 합체에 비해 모양새는 좀 빠집니다) 설정도 기존의 작품들에 비해 훨씬 리얼했죠.

 

거기다 메칸더의 선배 애니들 속 적의 기체는 한 회당 각기 다른 능력과 생김새를 갖고 있는, 나름 '특별한' 존재들이었지만 이 메칸더 로보의 적들은 '양산형'이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의 자쿠처럼 말이죠.

 

콩키스터 군단이 자신들에게 반격을 가할 무기가 될 수 있는 지구의 원자력 에너지를 멸절시키기 위해 위성 궤도 상에서 자동 발사되도록 설치한 '오메가 미사일' 또한 이 애니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이것이  오메가 미사일. 그런데 아무리 봐도 긴장감을 주는 생김새는 아니다. 당췌 어딜 봐서….


오메가 미사일은 지구 상에서 원자력이 탐지되면 그 즉시 발사돼 끝까지 따라가 파괴시킵니다. 한국판 주제가 가사처럼 '원자력 에너지의 힘이 솟는' 메칸더 역시 예외는 아니라서 엔진이 걸리면 오메가 미사일이 메칸더를 향해 발사되고, 짧게는 3분에서 길어야 5분이면 도달하는 오메가 미사일에 맞지 않기 위해 그 시간 내에 적을 없애고 엔진 기동을 멈춰야 한다는 긴박감이 매 회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타임 리미트는 울트라맨·가면라이더 류의 특촬·전대물에서는 흔했지만 로봇물로서는 굉장히 예외적인 패턴이었죠.

 

이처럼 메칸더 로보는 거대 로봇을 병기로 보는 개념의 시초인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기동전사 건담의 그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건담의 감독인 '학살자' 토미노 요시유키가 이 작품의 연출자 중 한 명이기도 했지만요.

 

그런 점에서 흔히 얘기하는 '리얼 로봇'으로서의 건담은 어느날 갑자기 출현한 게 아니라 이런 과거의 작품들이 쌓아온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담인데 이 작품이 기억에 남는 이유로는 물론 '리얼 로봇으로서의 재미'도 있지만 주력 메카인 메칸더가 23화인가에서 '너무나 처참하게 파괴되던' 장면 때문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류의 작품에서 주인공은 파일럿도, 로봇을 만든 과학자도 아닙니다. 시청자들,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어디까지나 그 로봇이 주인공이죠.

 

그런 주인공인 메칸더 로보가 콩키스터 군단의 사령관인 메두사가 이끌고 나타난 드래곤 드릴러에게 휘감겨 눈알이 빠지면서 사지가 절단나고 대파됩니다. 지금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충격적인 신이죠.



무릎 뚫리고, 팔뚝에 구멍 나고. 몸통 갈리고, 얼굴 터져나가고, 다리 절단면에서 화염이 솟고(이 장면은 흡사 뿜어져 나오는 피를 연상케 한다), 조종실 뚫리고, 파일럿들 혼절하고, 메칸더 맥스는 떨어져 나가고…. 맨 아래는 "어떠냐! 짜식들" 이러는 듯한 드래곤 드릴러.


 

더욱 놀라운 건 사령관 메두사가 콩키스터 군단에게 세뇌(라고 쓰고 개조라고 읽는다)된, 지미 오리온의 어머니라는 사실입니다.

 

기실 지구를 침공한 콩키스터 군단은 가니메데 별의 사람들을 사이보그로 강제 개조한 무리로 편성돼 있습니다. 그 별의 여왕이 바로 메두사였고 그녀는 메칸더의 파일럿 중 하나가 자기 아들이라는 걸 모른 채 죽음으로 몰고 가죠.

 

하지만 세뇌가 완전하지 않았던 터라 가끔 제정신을 찾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간간히 보여줬는데 드래곤 드릴러가 메칸더를 박살내자 드디어 해치웠다며 좋아하던 순간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갑니다.


왼쪽이 본래의 정신 상태로 돌아갔을 때의 모습이고 오른쪽이 사령관 메두사일 때의 오리온 어무이. 도대체 개조를 어떻게 하면 기억이 사라졌다 돌아왔다 하는 것만으로 모습이 저렇게 바뀔 수 있을까.


 

그간의 사정을 깨달은 메두사는 이대로 가다간 결국에는 아들을 죽이고 말게 된다는 현실에 좌절하고 눈물을 흘리며 지미를 구한 뒤 자폭을 택합니다.

 

이처럼 흥미진진한 요소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던 메칸더였지만 그 당시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콤바트라 V에 밀린 여타의 슈퍼 로봇물처럼 이 작품도 시청률 저조로 부진함을 면치 못했습니다.

 

게다가 완구 판매에서도 굉장한 성과를 거뒀던 콤바트라에 비해 이 메칸더는 완구로서의 메리트마저 별로였죠. 사실 '등짝에 비행선 하나 낑궈넣는 합체'가 그닥 매력적이지는 못했을 겁니다.

 

시청률은 떨어져도 완구 판매에서 짭짤한 수입을 올렸던 '강철 지그'의 선례를 답습하고 싶었던 걸까요. 메칸더의 메인 스폰서였던 블루마크는 쌓인 재고라도 팔아서 이문을 남기려고 메칸더의 합체 방식 변경을 요구합니다. 콤바트라처럼 각 부가 분리돼 있다가 결합하는 식으로요.

 

아무리 제작진이 자신들의 작품을 온전히 만들고 싶어도 그들은 돈을 대주는 스폰서에 비하면 어디까지나 약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새로운 합체 시스템을 탑재한 메칸더를 등장시켜야 했던 제작진은 극단의 방법으로 기체 교체를 감행합니다. 원래는 없던 메칸더의 파괴 에피소드는 그래서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합체 시스템 변경은 기존에 만들어진 완구 재고 판매가 목적이었기에 메칸더의 디자인을 바꿀 수는 없었고 제작진은 궁여지책으로 상당히 괴상망측한 방식을 택합니다. 그냥 봐서는 분리될 것 같지 않은 디자인의 메칸더를 네 조각으로 나눈 뒤 그 조각들이 출동하면 합체하고 '물에 불리면 커지는 장난감'처럼 거대해져서 더 강해진 신 메칸더가 된다는 설정이었죠. 무슨 울트라맨도 아니고….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우습지도 않은 조잡함에 호응해줄리가 만무했고 완구의 꼬라지마저 이상했기에 제대로 팔리지도 못했습니다.

 

장사가 안 되던 블루마크는 경영난을 못 이기고 도산하기에 이릅니다. 게다가 메인 스폰서를 망하게 만든 애니메이션에 돈을 대겠다고 나서는 이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었기에 제작비 지원이 중단됐고 시청자들도 이 작품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 작품은 예정보다 짧은 35화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

 

저도 이 작품을 TV로 보다가 이 괴상한 설정이 등장하는 순간 어린 마음에도 "뭐야, 저거" 이랬던 기억이 납니다. 오만 정이 뚝 떨어지더군요. 그래서일까요. 엔딩이 어떻게 됐는지도 기억이 안 납니다.

 

하지만 메칸더는 분명 범작의 수준을 상회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운이 많이 안 따라 준 경우라고 봐야겠죠.

 

 

뱀발 1 : 우리나라 방영 당시 제목은 '메칸더 V'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왜 저렇게 이상한 제목으로 바꾸는지 모르겠어요. 'Knight Rider'를 '전격 Z 작전'이라고 하지 않나 그냥 'Airwolf'를 '출동! 에어울프'라고 하지 않나…. 일본 사람들이 의미불명의 알파벳 붙이기를 좋아하는데 거기 영향을 받은 건지.

 

뱀발 2 : 국내판 주제가는 원판보다 훨씬 박력있고 좋죠. '천년여왕' TV판처럼 원곡보다 더 좋게 뽑아져나온 노래 중 하나입니다. 당시 애니메이션 주제가는 가수 김국환씨가 도맡았죠. 그 때 그 길로 계속 가셨으면 한국의 '미즈키 이치로'가 될 수도 있었으련만 동료 가수들과 주위의 멸시 때문에 그 길을 접으셨다고 하죠. 바로 '만화 따위'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요. 그 덕에 현재 우리나라는 아직도 태권브이나 둘리 같은(작품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몇 개 안 되는 작품에만 목을 매고 있습니다.



두 편 정도 더 올리려고 했는데 이거 하나에 글이 이렇게 길어지네요. 나름 정리한건데…. 두 편으로 끝내려던 포스팅인데 한 편 더 작성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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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 시리즈의 최신작인 '진마징가'의 '충격Z'편이 얼마전에 끝났습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거 떡밥 무쟈게 던져주고 끝 아닌 끝을 내버렸죠. 마지막 회에서 불과 1분여 만에 모든 것을 뒤집어버리고(후속은 아마 그레이트가 되겠지만 그에 대한 정보는 입수를 못했음..).

 

이 포스팅의 이유라면.. 일단, 이번 마징가에서는 마징가의 원작자인 '나가이 고'가 애당초 마징가의 원안으로 삼았던 '에네르가 Z'가 등장하십니다. 그것도 포스 만빵으로.


어릴 적 즐겨봤던 슈퍼로봇대백과 류의 로봇 사전 중 마징가 편에 나오는 에네르가의 원안. 저렇게 탑승하는 것도 그렇지만 저토록 무방비 상태에서 전투를 시킬 생각을 한 나가이 고도 분명 평범한 인물은 아니다.

이것이 진 마징가에 등장한 에네르가. 마징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내가 네 형이여" 이러는 듯 하지만 지금 한창 격전을 벌이려는 찰나다.



마징가를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슈로대(슈퍼로봇대전)에서 단골로 등장하면서도 이도 저도 아닌 메카로 전락하다가 왕년의 원조 슈퍼 로봇으로서 갖고 있던 강대한 이미지마저 사라진 채 들러리로 전락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진마징가는 이도 저도 아니었던 마징카이저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마징카이저 OVA 중 '사투! 암흑대장군'의 광고샷. 출처는 마징카이저 공식 홈페이지.


 

일단 저에게는, 이 글 쓰는 본인이 마징가 세대인 데다 감독이 작정하고 한 듯한 연출이 참 좋았어요(일본 만화 빠냐고? 그런 거 따지시려면 다른 데 가시라... 근데 누가 보긴 하나;;).

 

암튼, 이 애니를 보면서 내내 드는 생각이 그거였습니다.

 

"슈퍼 로봇... 마징가... 다 좋은데 실생활에서는 어떨까"

 

다소 뜬금 없는 이 포스팅의 이유입니다.

 

사실 전장 수십미터 짜리 로봇이라면 그 자체로 민폐죠. 그냥 가만히 있으면 모르는데 보행도 모자라 무려 '전투'까지 벌입니다. 그것도 맨주먹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무기를 다 동원해서.



 

어이, 너 말이야 너.

 

마징가의 오프닝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듯 한데 브레스트 파이어를 쏘는데 그 넓은 광선 면적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입는 건 적 로봇 뿐입니다. 분명 다른 부분에도 영향이 가는데 말이죠. 실제로는 브레스트 파이어나 루스트 허리케인 자체가 표적을 설정한 공격 무기일 수 없습니다. 암만 노리고 쏴도 맞는 범위가 무지 크죠.

 

각설하고, 에네르가 Z를 언급한 이유는 이 로봇이 마징가의 호버 파일더보다 더 황당한 탑승 방식(파일더는 양반. 이 로봇은 오토바이입니다.)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최신작에서도 그걸 그대로 그리는 동시에 마징가와 쌍벽을 이루는 메카로 나오죠. 오토바이에 타고 있음에도 파일더 안에서 조종하는 코우지만큼이나 여유롭다는건 아무리 봐도...

 

암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랬습니다. "'나가이 고'의 원작틱하게 만들긴 했네. 재미있군. 그런데 저건 좀 심한 것 아닌가"

 

그러면 이런 차원에서 설정이 그럴듯한 '리얼' 로봇은 뭐가 있었나 싶었던 게 이 포스팅의 요지입니다.

 

서론이 길었죠.

그럼 들어갑니다.

1. 지구방위기업 다이가드 (地球防衛企業 ダイㆍガ-ド 1999)
 


제목만 봐선 뭔가 있는 슈퍼로봇 같지만 실은 샐러리맨의 애환과, 기업이라는 조직의 굳은 관습을 그린 작품이다.

정체 불명의 괴수 헤테로다인이 어느날 일본을 습격한다. 일본은 이 헤테로다인에 맞서기 위해 거대 로봇 다이가드를 만들지만 막상 만들고 나니 그 괴수는 언제 왔냐는 듯 싶게 모습을 감춰버린다. 결국 다이가드는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유지비만 잡아먹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게 된다.

저 골칫덩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머리를 싸매던 일본 국방부는 민간과 합작으로 '21세기 경비보장'이라는 업체를 만들고 거기에 이 다이가드를 떠넘긴다. 하지만 나라에서도 힘겨워하는 일인데 민간이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사내 전 부서가 다이가드 관리를 기피하던 중 홍보2과가 이 일을 맡게 되고 딱히 써먹을 데가 없게 된 다이가드는 회사 앞에서 광고탑 노릇이나 하며 시간을 죽이게 된다.

그렇게 10여 년이 흘러가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헤테로다인의 출현 사실은 희미해져간다. 다이가드가 헤테로다인과의 전투를 위해 만들어진, 실제로 움직이는 로봇이라는 사실과 함께.

그런데 11년 전처럼 어느날 느닷없이 헤테로다인이 해변에 모습을 나타낸다. 업무 차 그 장소에 있던 홍보2과 직원들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상부의 명령 없이 다이가드를 기동시켜 고전 끝에 헤테로다인을 물리친다.

이후 헤테로다인이 연이어 출몰하고 그에 따라 다이가드는 유일한 대항 수단으로 10여 년 만에 주목을 받는다.

 

이 작품 다이가드는 그 전까지 존재하던 슈퍼로봇의 공식을 확 깨버린 물건입니다. 키 25m, 중량 180t에 생김새는 가오가이거 처럼 용맹무쌍하게 생겼으나 실제는 무척 약합니다. 거기다 동력원은 전기인데 그마저도 오래 못 버팁니다. 그냥 움직이는 정도라면 3~4시간, 헤테로다인과 싸우기라도 하면 1시간은커녕 30분도 아슬아슬합니다. 거기다 조금이라도 들어가는 돈을 더 줄여보려고 21세기 경비보장이 장갑을 가볍고 약한 재질로 바꾼 터라 헤테로다인과의 첫 전투에서 헤테로다인이 못 움직이도록 잡고만 있는 데도 팔이 우그러듭니다.

이러니 극강 필살기는 고사하고 현장으로 직접 움직여 출동하지도 못합니다. 세 조각으로 분해해서 대형 트레일러나 수송기에 실어 옮긴 뒤 크레인으로 현장 조립이죠(나중에는 그 세 부분이 각각 이동할 수 있게 개조되긴 합니다).



 

 

자신의 팔을 잡아뜯어 적에게 던지는 '다이가드 표 로켓 펀치'. 저게 로봇이 아니고 사람이라면 사방천지에 피가 튀는 '스플래터'신이 따로 없을 터.

 



로봇의 성능과 반비례하게 열혈이 넘치는 주인공 덕에 손에 잡히는 건 다 무기가 될 수 있다. 잠시 후 저 차가 어떻게 될지는 굳이 언급을...


 

이 작품을 '리얼'하다고 하는 이유는 위에 언급된 극히 사실적인 로봇의 존재도 있지만 주인공들과 다이가드 주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있습니다.

출동 한 번 할라 치면 거쳐야 하는 결재 라인들, 나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싸웠건만 기물 파손과 회사 손실에 책임을 지고 써야 하는 시말서, 다이가드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자 다시 소유권을 주장하는 국방부, 다이가드 때문에 할 일이 없어졌다고 시기하는 자위대 등이 그것이죠.

바로 "그래, 저거야" 하며 무릎을 치게 만드는 이런 현실적인 설정들이 여타의 로봇물과 차별을 이루는, 다이가드 만의 장점입니다. 그렇기에 서두에서 기술한 진마징가를 봤을 때 이 작품이 가장 먼저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전체 26화로 종결된 이 작품은 저조한 시청률에 고전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 속 저런 일련의 상황은 당시만 해도 로봇물의 주 시청자인 어린이들과 오타쿠들에게 먹힐 리 만무했죠. 오히려 직장 생활을 하는 어른들이 더 공감할 전개였으니까요. 장점이 오히려 독으로 돌아간 케이스랄까요.

여하튼 소위 말하는 리얼 로봇을 얘기할 때 이 작품을 빼놓을 수는 없을 듯 합니다. 흔히 건담, 특히 퍼스트 건담을 리얼 로봇이라고 하는데 전 거기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로봇을 병기로 취급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엄연히 그 작품 속 건담은 슈퍼 로봇의 냄새를 물씬 풍깁니다. 당장 샤아 아즈나블의 대사 중에도 이런 게 있죠. "젠장, 연방의 MS는 괴물인가."  '뉴타입'이라는 존재 또한 건담이 리얼 로봇물이 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죠.


 

간단히 쓰려고 했는데 좀 길어졌습니다. 이 외에도 몇 작품이 더 있는데 그건 다음 포스팅으로 넘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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