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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29 27년만에 나온 진짜배기 악어 영화 '로그' (2부) 6


1부에 이어


오손도손 담소를 나누며 경치를 즐기던 사람들은 무시무시한 악어로부터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이 되자 신경질적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케이트에게 왜 배를 돌려서 이 지경을 만드냐고 하는 사람부터 되든 안 되든 헤엄쳐서 건너겠다고 우기는 사람까지 각양각색이죠.

그 순간 일행 중 하나가 악어에게 잡혀 물 속으로 끌려들어갑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잡혀갔는지를 보여주진 않는다. 뭔가 첨벙거리기에 일제히 뒤를 돌아보니 분명 방금 전까지 거기 있던 사람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넘실거리는 수면과 스르륵 사라지는 악어의 꼬리만 살짝 보일 뿐.



케이트의 배를 집적거리다 물러난 뒤 다시 이들 앞에 나타난 '동네 노는 형'들이 탄 모터보트가 뭔가에 들이받혀 뒤집어진다. 이 때도 악어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고립되기 전 케이트와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던 '동네 노는 형' 중 하나. 껄렁함이 몸에 배인 배우구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량스러운 연기를 잘했는데 왠지 배우의 낯이 익다.



바로 터미네이터 4의 샘 워딩턴이다. 얼굴을 확인한 순간부터 원래 남자 주인공보다 이 사람이 어떤 활약을 할까에 더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막돼먹은 놈인 줄 알았던 이 친구는 (케이트에게 잘 보이려고 그러는게 다분히 눈에 보이지만) 탈출을 위해 육지의 나무와 섬의 나무를 밧줄로 잇겠다며 자신이 나선다. 그리고 일단은 성공한다. 왜 '일단은'인지는 보면 안다. 배우에 비해 역할 비중이 좀 허무하다. 그래도 꽤 멋있었지만.


이 때부터 사람들은 '정말 죽는구나' 하는 절망감에 좌절합니다. 물속에 들어갔다간 어떻게 된다는 걸 눈 앞에서 봤으니 말이죠.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장소 선택도 있지만 악어의 몸뚱아리를 처음부터 드러내지 않고 저렇게 조금씩 감질나게 보여주면서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수법이나, 탈출 과정에서 보여지는 사람들의 이기심과 그로 인한 갈등이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밧줄 연결에 성공한 뒤 일행 중 한 남자가 보여준 극도의 이기심은 '아마 나였어도 저랬을 거야' 싶으면서도 인간이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줍니다.


아내와 아이를 위해서였다고는 하나 모두의 희망을 일거에 무너뜨린 사내의 비극적 최후. 막상 죽는 걸 보니 또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끌려들어가기까지(비록 순식간이지만) 굉장히 처참한 과정을 겪기 때문이기도 하다.



1부에서 언급했던 죽음의 뺑뺑이. 이런 걸 보면 감독이 악어에 대해 공부 많이 했구나 싶다.


이 영화 속 악어는 비주얼이 상당히 좋습니다. 모형과 CG의 결합이 아주 자연스럽고 묘사도 좋아요. 그리고 마지막 20여 분 간 남자 주인공이 저 악어의 소굴에서 벌이는 사투는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좁은 동굴과 안 어울리는 거대한 악어가 동굴을 가득 채우다시피 하며 기어들어오는 장면은 정말이지….


할리우드 영화였으면 난리가 났을 장면. 케이트의 애견 캐빈이 악어에게 잡아먹히고 있다. CG 내지는 모형이니까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시라.



이 영화 로그는 악어를 다루지만 의외로 악어가 등장하는 장면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필버그의 죠스가 그랬던 것처럼 악어가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도 영화의 재미는 떨어지지 않아요. 극이 느슨해질 참이면 악어가 나타나고 악어가 사라지면 인간들의 갈등이 극을 이끌죠.

이 포스팅 제목이 저렇게 거창하긴 하지만 이 작품이 걸작이란 소린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류의 크리처 물이 어떤 식으로 연출돼야 하는 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이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집니다.



뱀발 1 : 이 영화를 얘기할 때 '프라이미벌(TV 드라마 프라이미벌이 아닙니다)', '블랙 워터' 등과 비교하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일단 '프라이미벌'은 실제 아프리카 브룬디에서 300여 명을 죽였다는 킬러 악어 '구스타브'를 소재로 했다고는 하나 악어에 집중한 영화가 아니라 '호텔 르완다'처럼 아프리카 내전을 다루면서 악어는 곁가지처럼 나오는 통에 죽도 밥도 아닌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전으로 생긴 시체를 먹은 구스타브가 인육의 맛에 길들여져 종국엔 스스로 사람을 사냥하러 다니게 됐다는, 결국 구스타브는 인간이 만든 괴물이라는 '너무나 교훈적인' 얘기도 그렇고요.

'블랙 워터' 역시 실화를 소재로 했다는 영화고 악어를 우습게 봤다가 절박한 상황에 고립된다는 설정 또한 고전적인 크리처 물에 부합하지만 제가 얘기하는 '거대 악어'를 다룬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이 작품 또한 패∼스.

뱀발 2 : 남자 주인공 역을 맡은 마이클 바탄은 '25살의 키스'에서 드류 베리모어가 사랑에 빠지는 교사 샘 콜슨을 연기했던 배우죠. 그 역으로 미소가 아름다운 배우라는 평을 받았다고 하네요. 제가 보기에도 인상이 참 부드럽습니다. 너무 둥글지도 않으면서요.

뱀발 3 : 이 경우가 재미있는데… 여주인공 케이트 라이언을 연기한 라다 미첼은 제목 이상하게 붙여진 영화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에이리언 2020(Pitch Black·2000)'에서 자신이 조종하던 비행선의 사람들을 모두 죽일 뻔 했던 죄책감에 끝까지 괴로워하다 괴물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인물 캐롤린 프라이 역을 맡았었습니다. 이 영화 로그에서도 요구조자를 구한답시고 배의 방향을 바꿨다가 사람들 다 죽일 뻔하죠.

그 외에도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입니다. 가장 최근에는 '써로게이트'에서도 등장하죠(저랑 동갑입니다. 1973년생... 므흣......... 뭐, 그냥 그렇다고요...).








Posted by 나이트세이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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